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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32편

★염라 閻羅★™ 2009. 9. 15. 23:41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떠나려면 하얀 겨울에 떠나요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결실의 계절에

      이별 하나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눈이라도 펑펑 내릴 때 떠나면 좋으련만..

      만남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가을의 정취도 채 느끼기 전에

      긴 그림자만 고즈넉하게 드려만 놓고

      내곁을 떠나련가 보다.

      저기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고

      저기 떠나는 자 이유없이 가겠는가

      사랑은 짧고 영원한 게 없다지만

      찰나처럼 짧기만 하는구나. 

      아! 일엽지추의 계절

      가을은 저만치 뉘엇뉘엇 오는데

      이미 떨어져버린 낙엽처럼 

      내맘엔 가을이 깊이 스며 있다.

      길가에 국화꽃 향기가 떠오르고
      도로가에 피어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힘없이 떨어지는 가랑잎이

      눈앞에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낙엽으로 뒤덮인 산야와
      한적한 오솔길이 떠오른다

      뭔지 모를 외로움과
      괜시리 쓸쓸해지는 마음은
      날 더 지독히 고독하게

      만드는가 보다.

      하지만 높고 푸른 가을 하늘만 생각하며
      곱디 고운 마음으로 올 가을을

      아름답게 보내리라.

       

      閻羅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