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 閻羅★™
2009. 9. 18. 12:18

지금 당장 떠나라!
먼 옛날에 과거급제를 위해 선비 셋이서 독수공방하며 오직 학문에 전념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일지라 늘상 공부만 할 수 없는 일 때 마침, 어느 기회에 방춘에 호시절을 놓칠 수 없어 선비 셋은 후일을 기약하며 그동안 멀리했던 술을 흥청망청 진탕 퍼마시고 완전 곯아떨어졌겠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지경이 되었는데 그게 문제고 사단이 될줄은..
하루는 저승사자가 이승에 내려와 저승으로 데려갈 사람을 물색하던 중 하필 이 선비들을 본 것이다. 내려 올 때마다 사자가 데려갈 인원이 천명쯤이라 그날따라 그 수를 채우기가 여간 힘들었고 살아 있으되 죽은 것처럼 축 늘어져 있는 저 선비들의 命을 속속히 보아하니
아직 데려 갈 때가 안됐지만 궁여지책으로
선비 셋을 저승으로 데려가고 말았다.
허나, 저승의 법도는 이승보다 더 엄한 法. 명부에도 없는 선비들을 사자가 데려오고 말았으니 형을 집행하는 염라대왕도 어케해야 될지 참으로 난감하기만 했다. 술한잔 했다고서 죽을 죄도 아닌데 말이다 이유없이 끌려온 선비들도 억울하다며 염라대왕께 선처를 구하는 지경이 되었다.
고민끝에 염라대왕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래 저승사자가 큰 실수를 하였구나. 어차피 이곳에 온 이상 다시는 세상 밖으로
영영 돌아 갈 수 없는 일이므로 소원을 한 가지씩 말하여라." 그러자 한 선비가 말 하기를.. "저희들을 세상 밖으로 다시 돌아간들
장사까지 치른 후라 혼을 붙이고 살 몸이 없으니
우리들이 원하는 집에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시옵소서.." 염라대왕은 알았단 듯 고개를 끄덕이고 소원을 말해 보라고 했다.
첫째 선비가 말 하기를.. "대장부로 태어나 무과에 급제하여 대장군 벼슬을 하며 세상을 호령하고 싶습니다." 둘째 선비가 말 하기를.. "명문 재상가에 태어나 글솜씨를 뽐내면서 온갖 좋은 벼슬을 다하고 싶습니다." 두 선비의 소원을 듣고보니 별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염라대왕은 지체없이 시행하도록 조치했다. 문제는 셋째 선비였다 "저는 좋은 집안에 태어나 부모에게 효를 다한 후 학문을 정진하다가 초야에 초가집 한 칸 지어 놓고 모든 물욕 다 버리고 가족과도 화목하게 살면서 전국팔도를 기행하다가 천수를 다 누린 뒤 조용히 죽고 싶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염라대왕은 선비를 향해 무섭게 호통을 친다. "이 욕심 많고 무거불측한 선비놈아! 성현군자도 하지 못한 일을 네가 감히 하겠다니 그렇게 할수만 있다면 내가 염라대왕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내가 가겠다."
세상사 참 요지경이고 역지사지다. 요즘 개그에 "참 쉽죠잉!?" 이런 말이 생각난다. 비록 우화이지만 자칫 잊고 사는 우리로써
느낄 부분이 많다고 본다.
누가 생각해도 앞서 두 선비의 소원이 훨씬 어려울 것 같은데 대왕은 셋째 선비를 호되게 나무라고 있지 않은가.. 가장 쉬운 일이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대왕이 그토록 화를 내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호통을 치는 모습이 말이다. 누구라도 작정하면 당장 행할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닌가? 지금 좋은 사람과 같이한다는 것. 지금 여행을 하며 자아성취를 이루는 것. 행하면 이토록 쉬운 것들을.. 염라대왕도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지금껏 나도 모르게 묵묵히 실천해왔고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자아성찰인가. 기회는 누가 얻어다 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고뇌하여 찾아야 하는 법이다 기회는 짧고 기회는 행동한 자의 모든 몫이다 기회는 지금 행동하고 실천하는 자만의 선택된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개뿔, 人間事 한치의 앞도 모르면서 공연히 먼 후일에 무슨 특별한 신선놀음이라도 할 것처럼 으시되며 개폼만 잡지 말고 더 늦기전에 이제라도 행동 해봄이..
이 청명한 가을 날에 산이라도 좋다. 바다라도 좋다. 때론 이정표가 없는 곳이라도 좋다. 혼자라도 좋다. 둘이라도 좋다. 존사람끼리 떼지여 모여서
지금 훌쩍 떠나고 싶지 않는가?
그럼 지금 떠나라 지금 당장!. 閻羅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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